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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날조있음-

프레히카... 라기보다는 환영히카에 가까운 글.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말줄임표가 많습니다.






그의 혼이 소울 크리스탈에 깃든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암흑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프레이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목소리에 놀라 들었던 검을 놓칠 뻔한 적도 있었으나, 남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프레이는 전투에 대한 조언이나 암흑을 어떻게 다루면 더 좋을지 조언해주고 있어서 그의 말에 따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나가 된 이후, 힘겨운 전투를 마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그러한 대처 능력은 그나 나나 떨어진 편이었다. 그렇게 궁지에 몰려 필요 이상의 암흑의 힘을 쓰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면 암흑의 원천이 될 에테르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정도로 급박했던 상황이었다.


「……당신과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프레이의 목소리는 마치 링크셀이 끊어진 것처럼 거기서 뚝 끊겼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급히 뒤를 정리하고 곧바로 여관으로 뛰어갔다. 그의 신상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보물상자에서 터득한 엑스 에테르를 사용했다. 어렵게 얻은 에테르 포션인만큼 몸안에 들어차는 양도 보통보다 많았다. 나는 에테르가 채워지는대로 암흑의 힘을 구현하며 그를 불렀다. 


"프레이, 프레이?"

「아……. 나의 주인…….」


그의 목소리는 늘어난 테이프처럼 지나치게 느렸다. 역시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


「내 옆에 있는 건가……?」

"프레이, 괜찮아?"

「내 목소리는 들리고 있는 거야?」

「뭐, 됐어……. 지금까지도 늘 내 목소리는 닿지 않았는걸…….」


아무래도 프레이에게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그에게 멈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여관 침대에 앉아 그의 중얼거림을 가만히 들었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나의 주인은 세상을 구하느라 늘 바빴지…….」


나는 뜨끔하여 괜히 엑스 에테르를 하나 더 꺼내 마셨지만 내가 그러자마자 그는 다른 소리를 꺼냈다.


「아, 에테르……. 있지, 사람마다 다른 에테르의 색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어……? 나의 주인의 색은 무척이나 따뜻해.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시원하지……. ……모순인가? 직접 느끼지 않는 한 절대 모를 거야……. 그에게서 에테르를 받아 마실 때마다 굉장한 기분을 느껴……. 마치……. 하나가 된 기분이지. 내 몸도 그 색으로 가득차는 것 같다고……. 뭐, 지금은 이미 하나지만…….」


프레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직이 웃었다. 웃는 모양새가 꼭 얼린 칵테일 열 병은 마신 꼴 같았다.


「여전히 나의 주인이 무모하게 여행을 다니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같이 검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아……. 실은 그가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로도 기뻐. 좀 더…… 그를 독점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둘 거 같지 않으니 여기서 만족해야지…….」


뭐라고?

나는 한순간 나의 귀를 의심했지만 프레이가 친절하게 그 말을 다시 해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마약을 한 기분이야……. 산소가 부족한 기분인가……. 아니, 에테르가 부족한 기분인데……. 이대로 사라지는 건가……. 그건 조금 두려운데……. 내가 아니면 그를 누가 지켜주겠어……?」


이 대목에서는 나도 아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나는 괜히 못 들은 척 다리를 흔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프레이는 계속해서 웅얼거렸다.


「나의 주인은 가까이에 있지만 때로는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 같아. ……나의 도움이 필요하긴 할까? 그는…… 그래. 영웅이지…….」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리고 암흑 소울 크리스탈의 어둠이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 품안의 소울 크리스탈을 꺼내자 그것은 이미 암흑의 기운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안 좋은 징조일까?


「내가 정말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어……?」


뭐?

번번히 되묻게 만드는 프레이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소울 크리스탈을 보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진짜야. 정말… 정말로…… 좋아한다고…….」

「내 말 들려……?」


프레이가 물었지만 나는 도리어 손으로 입을 막았다. 물론 여전히 그에게 내 목소리는 닿고 있지 않지만 미연의 방지 차원이었다. 숨조차 쉬지 않고 가만히 앉아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꺼낸 것인지 되짚어 보았다. 그런다고 바로 이해되는 건 아니었지만. 


「말해서 뭐 해……. 그는 또 영웅이라는 이름의 심부름꾼이나 하고 있겠지…….」 

"……."

「피곤해……. 오늘은 너무 많은 힘을 썼어…….」 

「잠시만 자고 일어날게…….」


그리고 프레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입을 감싼 손을 내리며 혼란스러운 눈으로 암흑 소울 크리스탈을 내려다 보았다.